이탈리아의 천재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지노 사르파티(Gino Sarfatti)는 이탈리아 조명 디자인의 위상을 끌어올린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세계대전 이후 낭만적인 동시에 기능적이면서 개성이 넘치는 합리적인 조명을 700개 이상 디자인하였습니다. 사르파티가 후기에 디자인한 조명들은 점점 기능적으로 변화했지만, 1950년 경 작품들은 전후의 낙관주의 경향을 반영한 활기차고 즐거운 인상을 줍니다.
세계대전 이후의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지노 사르파티가 디자인한 조명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트리엔날레 조명은 20세기 중반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미국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이탈리아 조명입니다.
이탈리아 조명 디자인의 대부, 지노 사르파티
1912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태어난 지노 사르파티는 항공 엔지니어를 꿈꾸며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가족 사정으로 인해 밀라노로 이사하게 됩니다. 이때 유리 꽃병을 램프로 바꾸는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통해 조명을 처음 접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하셨던 사업의 실패로 우연히 조명기구를 제작하게 된 사르파티는 스스로 조명기구를 만들어 보면서 조명 디자인과 작업 방식에 대해 배워나갔습니다. 엔지니어로서의 접근은 사르파티가 창의적인 조명을 디자인하는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조명디자인과 공학과의 만남은 이후에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1939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획기적인 디자인을 결합한 조명기구를 선보이는 회사 '아르테루체 Arteluce'를 공동 설립합니다. 아르테루체는 Compasso d'Oro, Milan Triennale의 Honorary Diploma를 포함한 수많은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그 입지를 공고히 다졌습니다. 당시 아르테루체는 1950년~60년대에 걸쳐 다양한 건축가들과 디자이너들이 교류하는 만남의 장소가 되었으며, 이탈리아 모던 디자인 운동의 선두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사르파티의 조명 디자인 특징
은퇴 전까지 700여 개의 조명 기구를 디자인한 사르파티는 이탈리아 조명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손꼽힙니다. 그의 디자인은 획기적인 재료와 조명 기술 및 생산기술에서 주로 영감을 받았는데, 1933년부터 1972년까지 그가 업계에서 일한 33년의 시간 동안 새로운 재료가 출시되거나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끊임없이 탐구하여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왔습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재능과 엔지니어로서의 재능 모두 갖춘 지노 사르파티는 미학적이면서도 기능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엔지니어 특유의 사고방식으로 합리적이면서도 창조적인 디자인의 조명기구를 선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조명 기구에서 빛이 발산되는 형태, 전구를 감싸는 조명 갓의 디자인, 광원의 위치를 조정하는 방식, 조명기구를 작동시키는 스위치, 전압을 변경해 주는 변압기 등 조명의 여러 구성요소에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시키며 업계를 주도해 나갔습니다. 사르파티의 노력의 결실로 탄생한 아르테루체의 다양한 조명들은 구조와 형태를 통해 다채로운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조명 기구
그의 대표작으로는 트리엔날레 플로어 램프(1951년)가 있습니다. 하나의 기둥으로 시작하여 세 갈래로 나뉘어지는 아이코닉한 구조는 혁신적이고 미니멀하며, 이후에 많은 조명디자이너들이 참고하는 레퍼런스가 되었습니다. no.566 모델은 전구가 갓의 표면에 부착되어 있는 독특한 모습을 띄며, 전구의 높낮이를 변경할 수 있는 효율적인 모델입니다. 다음으로 no.2097 샹들리에는 화려함의 대명사인 샹들리에를 사르파티의 디자인 철학으로 재해석한 모델입니다. 단순한 철 구조에 전선이 노출된 전구가 달려있는 형태로 미니멀하면서도 파격적인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의 조명브랜드 Flos가 재생산한 모델인 no.584는 사르파티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스크린을 통한 빛의 반사와 균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no.584는 전구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상단의 스크린에 부딪혀 반사되는 빛과 확산광을 모두 연출합니다. 스크린에 적용된 흰색 메타크릴레이트는 빛을 정교하게 반사시켜 좋은 품질의 빛을 제공합니다.